1010화
물론 지금 자신의 처지가 여름을 바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여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로 옆 엘리베이터에서 상혁이 내리더니 다급히 따라왔다.
“강 대표님, 잠깐 얘기 좀 나눌수 있을까요?”
여름은 걸음을 멈추었다.
“네, 상혁 씨. 무슨 일인가요?”
상혁이 머뭇거리며 답했다.
“사실 방금 두 분 나누신 대화가 흘러나와서 좀 듣게 되었습니다. 저… 회장님 고소를 취하해 주실 수 없나요?”
여름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겠지만 상혁에게는 목숨 빚이 있었다.
“상혁 씨, 최하준은 악마예요. 난 그저 유진 씨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최하준이 다 망쳐버렸어요. 그것도 아주 공개적으로요. 내 평판은 땅에 떨어졌어요.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나와 유진 씨를 가지고 입방아를 찧는지 알아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유진 씨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정말 고소를 진행하신다면 회장님은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없는 FTT는 정말 먼지 한 톨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윤형 님은 지적 장애가 되었고, 양하 님은 실종이고, 최란 이사님은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앉아 계시고, 최민, 최진 님은 애초에 회사를 경영할 능력이 안 됩니다.
노마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요즘 이런저런 충격으로 각종 질환이 다 튀어나오고 있어요.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제는 다들 강 대표님과는 관계가 없는 분이죠. 하지만 여울이를 생각해서라도….”
상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언급했다.
“저랑 강 대표님은 여울이가 명목상 양하 님의 딸로 되어 있지만 실은 회장님 딸인 걸 알잖습니까? 여울이를 추신에 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회장님 집이 뿔뿔이 흩어지면 여울이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말 부모없는 고아가 되어 버립니다!
회장님이 여울이를 조카로 생각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피가 당기는 모양인지 정말 여울이에게 잘 해주십니다. 여울이도 회장님을 꽤 따르고요.”
여름은 말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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