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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화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게 탈이라니까.” 민정화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최양하는 온몸이 차가워졌다. 모두가 민정화에게 속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최양하를 이렇게 비참한 꼴로 만든 것도 결국 민정화였지만 지금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중요했다. 급히 말을 돌렸다. “널 탓할 생각은 없어. 아주 잘했네. 나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일을 해냈어. 우린 어차피 다 한배를 탄 사람들이야. 너도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느라고 한 짓이겠지. 어쨌든 이제 날 풀어줘. 난 추동현의 아들이야. 앞으로 너에게 좋은 자리를 달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려 볼게.” 민정화가 최양하를 보더니 큭큭 웃었다. “정말 순진하네.” 간신이 지어냈던 최양하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슨 뜻이야?” “명확하지 않나? 내가 추신의 명을 받고 움직인다면 추신의 명령이 없이 내가 당신을 이런 데로 끌고 올 것 같아?” 민정화가 다시 최양하를 끌고 절벽을 올랐다. “잘 보라고. 저 아래가 네 무덤이야.” 최양하는 머릿속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는 죽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두 눈은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 “아버지가 날 죽이라고 했다고? 왜? 어째서? 내가 아들인데?” “나도 모르지. 아마도 너무 쓸모가 없어서가 아닐까?” 민정화가 웃었다. “안녕히 가세요. 이제 가셔도 되겠어요.” 그러더니 최양하를 파도가 철썩이는 절벽 아래로 밀었다. 최양하가 해변으로 밀려 나와 살아나겠다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민정화는 차를 끌고 자리를 떴다. ****** 시내. 여름은 회사도 가지 않고 육민관, 양우형과 사방으로 최양하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최양하의 종적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을 수소문 해도 흔적이 안 보였다. 할 수 없이 최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장, 대체 양하 씨를 어디에 내려놓은 거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데. 실은 지룡에서 억류하면서 거짓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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