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장
준규는 겁에 질린 채로 천천히 걸어오는 도윤의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쪼그리고 앉아 도윤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준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도윤이 말했다. “자, 이제 약속한 대로, 1000억 줘야지!”
그 말을 듣자, 최악의 상황에 대해 상상하고 있던 준규는 그저 눈을 감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도윤은 그저 자신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만 한 것 같았다.
뭐가 됐든, 준규는 자신의 완전한 패배를 인정했고 도윤에게 1000억을 건넸다. 돈은 항상 오갔기에 준규에게 큰 금액은 아니었다.
돈을 잃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자존심이 뭉개진 것은 상당히 신경 쓰였다. 장 씨 가문의 젊은 대표의 권위가 산산조각 났고 이를 견딜 수 없었다.
어쨌든 돈을 받은 후, 도윤은 잔뜩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남자를 두고서 윤희를 데리고 떠났다…. 도윤은 정말로 준규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 보였다…
잠시 뒤, 준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천천히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아…아직 안 끝났어..!
그때, 도윤과 윤희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카페를 찾았다.
자리에 앉고서 윤희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도윤 씨, 저를 왜 찾은 거예요? 제가 보고 싶었어요?”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도윤은 윤희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자기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닌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도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좀…! 좀 더 재밌게 대답해 줘도 되잖아요! 진짜 재미없어!” 윤희가 다소 사랑스럽게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도윤은 언변이 꽤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미 유부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여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조금 전 윤희의 남자친구 행세를 한 일조차도 도윤의 입장에서는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미나가 없었더라면 윤희에게 마음이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완벽한 아내가 있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전혀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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