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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4장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어오는 것을 느꼈다. 호흡을 할 때 마다 그의 향기가 훅 느껴졌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독특한 남성다운 향기와 술의 향이 뒤섞여. 그녀의 숨결마저 가빠지는 듯했다. 목정침은 샤워 후 젖은 몸을 이끌고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왔다. 온연의 호흡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그날 밤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번뜩 떠올랐고, 그에게서 나는 알코올 냄새에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가슴팍을 두손으로 밀어냈다. “취하셨어요……!” 그가 그녀의 두 팔을 꽉 잡아오며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아내로서 네 의무야!” 온연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눈을 감기조차 무서웠다. 그녀의 몸 위에서 가혹하게 움직이는 그림자에 온연은 고통스러워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물고 참았으나 이내 아랫배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그녀는 급히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나, 그거 시작된 거 같아……!” 그의 동작이 멈칫하는 틈을 타 그를 밀치고는 침대 밖으로 빠져나와 곧장 화장실로 향하였다. 얼굴의 홍조가 가시질 않았다. 밖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온 후에야 그녀는 안심할 수가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통증은 사라졌으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것’은 시작되지 않았다. 공포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당분간 이틀정도는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목정침의 차는 그의 저택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였다. 그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다른 방에 있다는 뜻인데, 그는 아마 높은 확률로 서재에 있을 것이다. 온연은 며칠전에 유씨 아주머니가 서재에 구비된 이불을 세탁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이불을 끌어안고는 걸음을 옮겼다. 서재의 불은 꺼져 있었으나 그녀는 감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걸으며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기만을 기다렸다. “방으로 가서 주무세요, 전 객실에 가서…” “저리 꺼져!” 그가 호통쳤다. 이전 같으면 정말 아무 소리 않고 떠났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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