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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온연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간간한 아부소리에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후반 웨딩 페어가 시작 되고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신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집중했다. 완제품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따지자면 온연이 ‘친엄마’라 볼 수 있었다. 1초, 1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전시가 막바지에 일렀다. 온연은 점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 피날레에 서는 것이 가능한가? 그녀는 이제 목정침의 회사 사람도 아니였다. 그가 그녀를 놀리기 위함 이였을까? 그때 현장에 흐르던 노래가 신나는 리듬에서 잔잔히 바뀌며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늘씬한 몸매의 백인 모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연은 숨을 죽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작품이였다. 실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긴 기장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은 단연코 과하지 않았다. 온연의 평소 차림도 보수적이었기에 드러냄이 적은 중국풍 치파오를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었다. 백색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화이트 글러브와 머리장식을 사용하고, 번거로운 주얼리를 택하는 대신 정교한 자수를 덧대었다. 온연은 그녀의 디자인 원고가 너무 함축적이라 여겼기에, 목정침이 점 찍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시는 곧 막을 내렸고, 온연이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웃고떠드는 강연연과 목정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돌아가려는 생각을 접고 혼자 자리를 떴다. 길목에서 차를 기다리던 때였다. 목정침의 차가 갑자기 그녀 앞에 멈춰섰다. 온연은 차 안에 강연연이 없음을 확인한 후, 차에 몸을 실었다. 온연은 굳이 왜 강연연과 함께 있지 않냐고 묻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그는 누구보다 이미지에 신경을 썼기에, 부인이라 알려진 그녀와 돌아가려는 것 일거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그가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 진락이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고민하는 듯했다. 온연은 슬슬 위가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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