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그 순간 온연은 진몽요의 몸에서 심개의 그림자를 느꼈다.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진몽요는 그의 말투와 표정을 똑같이 따라 했다.
그녀의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렸다.
진몽요는 웃으며 손을 휘적였다. "됐어. 나 이제 임무 끝. 남은 건 네가 직접 심개한테 알려줘! 조심해서 가고 내일 봐."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차를 타고는 떠났다. 온연은 그 자리에 한참 서있었다. 머릿속에는 진몽요가 방금 한 말이 가득 차있었다…
온연이 다시 목가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온연은 조심스럽게 선물을 열어보았다. 진몽요가 선물한 것은 목걸이였고 심개가 선물한 것은 팔찌였다. 심개가 준 선물상자에는 쪽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계속 함께 하고 싶어.'
온연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선물들을 침대 밑의 박스 안에 숨겨놓았다. 목정침이 이런 것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감히 꺼낼 엄두도 못 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유씨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이 왔니? 내가 내려가서 미역국이라도 끓여줄게."
온연은 황급히 일어서며 대답했다. "아주머니 괜찮아요. 이미 먹고 왔어요. 일찍 쉬세요."
아주머니는 차가운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연아, 도련님이 네 생일이라고 출장 중에 급히 돌아오셨어. 선물도 사 오셨는데. 네가 집에 없는걸 보고는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 왜 이제야 들어왔니? 도련님 저녁도 아직 안 드셨어…"
온연은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목정침은 그녀가 여가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진몽요의 약속을 허락한 것이었는데.
아주머니의 말이 그녀를 더 무섭게 했다. 목정침이 어떻게 그녀의 생일을 챙겨줄 수 있단 말인가? 선물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무서워하는 걸 보자 아주머니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무서워하지 마. 도련님이 너 잡아먹니? 내가 음식 준비할 테니까 네가 올려다 드려. 오늘 니 생일이라고 좋은 말 몇 마디 하면 뭐라 안 하실 거야."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머니가 음식을 다 차리길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음식을 들고서는 한 손으로 방문을 두드렸다. "계신가요?”
방안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 이미 적응했다. 그는 항상 말수가 적었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사람 말을 무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어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조금 놀랬다. 목정침은 창가를 향해 계속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 안에는 담배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대체 얼마나 핀 거지? 그가 평소에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기에 휩싸인 그의 그림자가 마치 이 상황을 꿈처럼 느끼게 했다.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양복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린 후 음식을 책상 위에 놓은 뒤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열어두었다.
"어디 갔었어?" 목정침이 갑자기 물었다.
그의 물음에 그녀의 몸이 뻣뻣해졌다, 정통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저…친구가 불러서 나가 놀았어요. 돌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창문으로 윙윙 불어들어온 바람소리 때문에 더 작게 느껴졌다. 그가 제대로 들었는지 그녀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돌아올지 몰랐다고? 그 뜻은 내가 없으면 네 멋대로 해도 된다는 뜻인가?" 그의 귀는 꽤나 밝았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오한에 온연은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다시 닫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요…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그녀는 더 이상의 변명은 늘어놓지 않았다. 오늘이 그의 18살 생일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꺼내기 싫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녀는 그가 기분이 나쁘면 잘못을 인정하면 되었다.
목정침은 콧방귀를 뀌더니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손에 있던 담배를 끄고는 술잔에 술을 따랐다. "밥 먼저 드시고 드세요…" 술을 한 모금 들이켜려 하자 온연이 조심스레 당부했다.
목정침은 손에 있는 술잔을 보더니 몸을 돌려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오늘 네 생일이지."
그가 건넨 술잔에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건넨 술잔은 목정침의 전용 술잔이었다. 결벽증이 있는 그의 물건을 그녀는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는데, 거기다 입을 대라니…"저…전 술을 못해요.."
목정침이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썼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잔에 반정도 채워진 양주를 그녀의 입안으로 들이부었다. 기도에 순식간에 타는듯한 뜨거움을 느꼈고, 그녀는 자극감에 기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콜록콜록…콜록콜록콜록…"
처음 마셔보는 술에 그녀는 미처 정신 차리지 못했고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갑자기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