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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숟가락을 든 온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반 그릇도 남지 않은 국을 보며 살짝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유씨 아주머니, 저 밥 한 숟가락만 더 주세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유씨 아주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너 말이야, 도련님이 그렇게 무서워? 도련님이 너 잡아먹니?" 온연은 식사가 끝난 식탁을 유씨 아주머니가 다 치우고 나서야 느릿느릿 계단을 올랐다. 방문은 닫혀있지 않았고 반쯤 열려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문을 두드린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목정침은 창가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손가락에는 담배가 끼여져 있었고 테이블 한쪽에는 술이 반잔 놓여 있었다. 매캐한 담배연기에 온연이 기침을 하자 목정침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트렸다.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있으세요?" 목정침이 손에 있는 파일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내일 해외로 출장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 안 그래도 목정침의 다리에 앉아있어서 마음이 심란한데, 출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 그녀의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출장 가시는데… 저.. 저는 그냥 안 가는 게?" 10년간 학교랑 집밖에 모르던 그녀에게 바깥세상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무서웠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게. 안 그래도 불안한데 목정침이랑 같이 가라니, 그녀는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진짜 안가?" 목정침이 말할 때마다 그의 숨결이 목덜미로 느껴졌다. 조금 묘해진 분위기가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같이 해외로 가고 싶지도 않았던 그녀는 고분고분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안 갈래요, 전 그냥 집에서 기다릴게요." 그녀의 말투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며 자신의 입술을 그녀에게 포개였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함에 그는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버렸다. "누가 널 만지는게 싫은거야? 아님… 만지는 사람이 나라서 싫은 건가?" 조금 차가워진 그의 말투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그가 화내는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에요…" 갑자기 침대에 놓여 있던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그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목정침은 전화를 받지 않고 눈살만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는 뭔가 알아챈 듯 살짝 미소 짓고는 돌아섰다. 방을 나서는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정침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도 하고 애도 낳는다면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까? 그녀는 헛된 상상에 빠졌다. 방에 돌아간 그녀는 침대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핸드폰의 빨간색 배경화면이 뭔가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선명한 그 색갈이 잔잔했던 그의 심장에 파동을 일으켰다. 새로운 문자 알림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진몽요가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본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심개가 돌아왔다… 그가 잠시 부모님을 보기 위해 잠시 들어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마음은 요란해졌다. 깨끗하고 순수한, 눈에 은하수를 품은 그 소년이 그녀의 가슴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심개랑 목정침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진몽요에게 전화를 쳤다. "몽요야, 심개…언제 다시 출국해?" 전화기 너머로 진몽요의 장난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아쉬워? 나도 잘 몰라, 내일 파티가 있다는데, 너 올수 있어? 심개가 주최한 거래. 아 맞다, 너한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는데, 내 남자친구. 올 거야 말 거야?" "갈게." 온연이 무의식적으로 말을 뱉었다. 대답 하기 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목정침이 내일 출장이라 집에 없는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없다면 한 번쯤 몰래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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