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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온연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의 벽에 기대어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 진몽요는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까지 깽판 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온연의 옆에 서서 저 멀리 공사 중인 기숙사를 보며 재잘댈 뿐이었다. "너 그거 알아? 저기 있는 기숙사도 목정침이 기부한 거래. 생각보다 엄청 근사하다? 그 사람은 진짜 돈이 많은가 봐. 우리 집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연아, 오늘 그 사람이 우리 학교에 참관…" 온연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대꾸도 해줄 수 없었다. 배가 너무 아팠다. 그때 교수님이 잔뜩 화가 나서는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너네 정말 웃긴다. 벌서라니까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어? 캔버스 꺼내와. 너네는 복도에서 그림이나 그려! 수업 끝날 때까지 못 바치면 알아서 해!" 진몽요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교실로 들어가 캔버스를 챙겨 나왔다. 온연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녀의 허약한 모습을 본 교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캔버스 가지고 오라고! 내 말 안 들려?!" 교수가 밀자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걸 본 진몽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수한테 소리쳤다."왜 밀고 그래요?!" 교수도 조금은 켕기는지 우물쭈물 대답했다. "살짝 밀었는데, 누가 쓰러질 줄 알았나…?" 진몽요는 쓰러진 온연을 부축하면서 교수한테 소리쳤다. "당신 이제 끝났어. 이거 체벌이야. 당신은 선생 자격도 없어!" 그 말을 들은 교수는 조금 억울했다. "쟤는 뭐 종잇장이야? 왜 저렇게 허약해? 툭 쳤다고 쓰러진다고? 그게 말이 돼? 진몽요, 너 집에 돈 좀 있다고 이러나 본데, 아무리 그래도 말 막 지어내면 안 되지! 온연 너도 이제 아픈 척 그만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허약한 척하는 거야?!" 복도에서 울리는 그들의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장서던 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늘 목정침이 온다고 그리 당부했거늘… 옆에 있던 목정침의 시선이 온연에게 머물렀다. 그에게 미묘한 감정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 교수를 본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싸우지 마…. 나 괜찮아, 몽요야, 나 캔버스 좀 가져다줄래." 가는 목소리로 온연이 말했다. 진몽요는 화를 꾹 참으며 화실로 들어갔다. 교수는 화가 많이 났는지 한 번 더 그녀를 밀쳤다. "너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잖아? 어디 한번 또 쓰러져봐!" 교수는 저번보다 더 세게 온연을 밀었다. 그녀는 아픔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몸을 심하게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그 순간 누군가의 팔이 그녀를 낚아채 품에 안았다. 온연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 익숙한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목정침…" 온연이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흐릿한 그녀의 눈에 그의 날렵한 턱선이 비쳤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화가 가득 차있었다. 나타난 이유를 물을 새도 없이 온연의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냉기에 교수는 그만 그 압도되어버렸다. 교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남자는 말없이 쓰러진 온연을 안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두려울 정도로 낯빛이 어두웠고 언제 터질지 모를 분노가 눈빛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장이 낯빛이 파래져서 교수에게 다가왔다. "왜 자꾸 문제를 일으켜요!" 교장이 교수를 죽일 듯 째려보며 말했다. 온연을 안고 바람처럼 복도에서 사라진 남자의 뒷모습밖에 진몽요는 보지 못했다. 교장은 허겁지겁 뛰어갔고, 홀로 남은 교수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직감한 진몽요는 교수를 확 밀쳐버렸다. "두고 봐요!" 말을 끝내고는 급히 쫓아갔다. 목정침은 병원 응급실 밖 벤치에 앉아있었다. 고개를 조금 떨군 그에게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교장과 진몽요는 한쪽에서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갑자기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남대 교수님은 되게 '독특'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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