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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불쌍한 대표님

윤시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한석은 박수혁의 수행비서, 박수혁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니 그의 말이 틀렸을 리가 없다. 정말... 이렇게 회사에서 잘린다고? 정말 내 손으로 내 커리어를 전부 망쳐버렸다고? 창백한 얼굴로 돌아선 윤시라는 비틀거리며 회사를 나섰다. 이한석은 바로 1층의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내려가는 여자... 회사 앞에서 무슨 짓 벌일지도 모르니까 잘 지켜보세요. 태한그룹 건물 범위 밖을 벗어난 뒤에는 뭘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마시고요.” 훌륭한 비서로서 이한석은 최대한 박수혁 대표가 신경 쓸 일이 없도록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해야 했다. 마무리 작업까지 끝낸 이한석이 굳게 잠긴 사무실을 문을 돌아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대표님도 참 불쌍하시다니까... 소은정 대표를 위해 박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돌렸는데 결국 이렇게 되셨네... 소은정 대표도 정말 대표님을 잊으셨나봐.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오는 걸 보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윤시라는 그와 함께 지사장 자리를 놓고 경장했던 강성호를 발견했다. 당당한 모습의 강성호를 보니 자신의 꼴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강성호 역시 윤시라를 발견하고 인사까지 건네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시라 씨는 항상 나보다 한발 앞서나가네. 퇴사도 나보다 먼저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앞으로 잘 살아. 진심이야.” 말을 마친 강성호는 혼이 나간 듯한 윤시라를 남겨둔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윤시라가 이런 짓을 벌이지 않았다면 지사장 자리를 그대로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어부지리로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 지사장이 되었으니 강성호의 발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사무실로 들어온 이한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수혁은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박수혁의 얼굴을 더 빛내주고 있었다. “대표님, 강성호 씨가 지금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만 건네고 바로 지사장으로 취임하라고 해.” 하긴,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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