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9화 알아서 해
하지만 박수혁의 새카만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심하다고요? 내가 은정이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압니까? 그런데 윤시라 그 쥐새끼 같은 여자 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됐어요. 그런데 너무 심하다고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지 박수혁은 욕도 서슴치 않았다.
괜한 간섭을 해서는 다 된 죽에 코를 빠트리고 난리야. 그딴 여자가 지사장? 웃기지도 않아.
이때 차가운 미소를 짓던 박수혁이 허지호를 훑어보았다.
“윤시라한테서 도대체 무슨 재미를 봤길래 이렇게까지 편을 드는 겁니까? 이런 짓을 벌일 정도로 멍청한 여자가 한국 지사 지사장을 맡을 수 있겠어요? 내가 허지호 씨를 애인 뒷바라지나 하라고 신포그룹 부대표 자리에 앉힌 건 아닐 텐데요.”
박수혁의 말에 사무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허지호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실렸다.
박수혁 대표가 나랑 시라 관계를 어떻게 눈치챈 거지?
대외적으로 허지호와 윤시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였다.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후보자인 강성호와 더 친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박수혁 대표는 어떻게 알아낸 걸까?
의아함과 동시에 그 동안 박수혁의 신뢰를 얻기 위해 들였던 모든 정성이 와르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부대표가 된 이상 박수혁의 측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다니...
그 전에 교체되었던 수많은 부대표의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났다.
모두 이렇게 내쳐졌던 건가?
허지호가 다급하게 두 사람 사이를 해명하려던 그때, 박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 넘지 말고 부대표로서 할 일이나 제대로 해요. 이만 나가봐요.”
신포그룹은 박수혁의 것, 허지호가 지금 마음껏 누리는 권력 또한 박수혁이 자비를 베풀어 나누어준 것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낀 허지호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무실 앞에는 윤시라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서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었는지 원피스에는 와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머리카락은 끈적한 와인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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