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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누가 너더러 오라고 한 거야

소은정의 알쏭달쏭한 말에 윤시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은 들고 있던 와인을 정교하게 세팅된 윤시라의 머리 위로 전부 쏟아버렸다. 와인이 윤시라의 아름다운 원피스를 적시고 기분 나쁜 찜찜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지른 윤시라가 비틀거리며 뒤로 한발 물러서더니 충격 받은 듯한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친구 남자친구인 줄 알면서 어디서 여우짓이야? 내가 그런 꼴을 보고도 가만히 넘어갈 줄 알았어?” 소은정의 차가운 목소리에 윤시라의 표정도 어색하게 굳었다. “은정아, 오해야. 내... 내가 어떻게 네 남자친구한테 그런 마음을 가지겠어. 우린 친구잖아. 그리고...” 하지만 소은정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앞으로 사기 치려면 상대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대학교 때 우리 전공에 여자는 나 한 명뿐이었어. 도대체 누구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순간 분위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다. 대학교 같은 과 동기라면 많고도 많을 테니 일일이 이름을 기억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가간 건데... 여자가 한 명뿐이었다니. 윤시라가 입을 벙긋거렸다. “같은 전공은 아니었는데 같은 학번은 맞아...”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 윤시라의 모습에 소은정은 기가 막혔다. 레이저 같은 눈빛으로 윤시라를 훑어보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 “눈가 주름을 보아하니 올해 적어도 30은 되어 보이는데... 적어도 5년 정도는 선배일 것 같은데 동기라... 웃기네?” 그제야 윤시라는 입을 다물었다.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애인 줄 알았는데... 박수혁 대표가 빠진 데는 이유가 다 있었어! 눈꺼풀에 떨어진 와인을 닦아낸 윤시라가 오히려 침착한 표정으로 대응했다. “대학교 동기가 아니라고 해도 친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올 일이에요?” 매정하다라... 맑은 소은정의 눈동자에 혐오감이 스쳐지났다. “친구? 그쪽은 못 생기고 돈도 없고 멍청해 보이는데... 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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