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피를 돌려줘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의 마음이 또 욱신거렸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알았다는 것도.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는 것도. 가끔은 정말 독해질 수 있다는 것도. 전부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당신이 싫어할 것 같아서 당신한테는 숨긴 거야. 뭐, 굳이 숨기지 않아도 볼 기회조차 없었지만.”
헌혈을 마치고 온몸에 힘이 풀릴 때마다 박수혁은 그녀의 곁이 아닌 서민영을 보살펴주고 있었다.
그녀의 씁쓸한 마음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담배뿐이었다.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다가 시작하게 된 담배는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다.
소은정의 눈동자에 서글픔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소은정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박수혁을 바라보더니 장난스레 웃었다.
“내 조건 들어보고 싶어?”
박수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은정은 바로 조건을 제시했다.
준 것도 받은 것도 다 돌려주고 돌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직 돌려받지 못한 게 있었다.
“3년 동안 내가 서민영에게 수혈해 줬던 피, 그대로 다시 내놓으라고 해.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횟수는 상관없어. 하지만 1년 안에 전부 돌려놓아야 해.”
그녀의 말에 박수혁은 충격을 먹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라고?”
하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생각해 봤는데 내 소중한 피를 그딴 여자한테 줬다는 게 너무 억울하더라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3년 전에는 바보처럼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내 피를 돌려줘. 그러면 나도 담뱃대를 돌려줄 테니까. 그럼 우리 두 사람 다시 엮일 일 없는 거야.”
서민영은 소은정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꾀병을 부리며 소은정의 수혈을 강요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박수혁이 원망스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를 받고 담뱃대를 돌려주고 그녀의 과거와 완전히 선을 그은 뒤 이제는 온전히 그녀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게다가 마침 서민영도 다시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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