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재결합
소은정은 아무 말 없이 우연준을 바라보았다. 우연준도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박수혁의 존재는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소은정은 한숨을 내신 뒤 미소를 지으며 임춘식을 바라보았다.
“이런 자리인 줄은 몰랐네요.”
여유로운 말투에 담긴 뜻을 눈치챈 임춘식은 소은정과 박수혁을 번갈아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했다.
“무례한 걸 알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두 분 사이 일에 끼어들 일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가 빌미를 제공한 건 맞으니 사과의 의미로 저희 거성그룹에서 새로 설립한 연구실을 보여드리죠. 본부장님도 관심이 가실 것 같은데요.”
관심? 임춘식의 말도 맞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놀아난 듯한 기분에 불쾌함이 밀려왔다.
소은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박 대표님, 또 그 담뱃대에 대해 말씀하시고 싶은 거라면 제 의견은 대표님 할아버님께 다 말씀드렸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제 생각은 바뀌지 않습니다.”
오전에는 박대한이, 저녁에는 박수혁이. 이 집안사람들은 참 뻔뻔하고 집요하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쯤 되면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은정아.”
박수혁은 진지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갔다.
“할아버지가 회사로 찾아갔다는 말은 들었어. 뭐, 좋은 말씀은 안 하셨겠지. 마음에 담아두지 마. 미...”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박수혁은 말끝을 흐렸다. 소은정에게 이런 사과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의 고통이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지워지진 않겠지.
소은정은 왠지 평소와 다른 박수혁의 모습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그런 말이나 하려고 이렇게 자리를 만든 건가요?”
짜증 섞인 소은정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박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담뱃대... 어차피 네가 가지고 있어도 딱히 쓸 곳도 없잖아? 우리 가족들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였다면 이미 성공했어. 언젠가 화가 풀리면 다시 돌려줬으면 좋겠어. 물론 돌려주는 조건은 네가 정하고.”
박수혁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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