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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못 놓겠어.

“쨍그랑!” 굉음과 함께 유리 테이블과 술병들이 산산조각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튕긴 유리조각이 친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핏방울이 맺혔다. 순간, 룸은 무거운 적막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창백해진 친구는 커다래진 눈으로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박수혁의 역린을 건드렸음을 알아차렸다. “네까짓 게 뭔데 은정이에 대해 떠들어?” 말을 마친 박수혁은 아직도 화가 더 풀렸는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남자의 배를 퍽 차버렸다. 배를 움켜쥔 채 쓰러진 남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화를 내는 박수혁이 무섭기도 했고 괜히 나섰다가 사업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 다른 친구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마 친한 강서진이 다가가 박수혁을 말렸다. “형, 진정 좀 해!”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형이 좀 취했나 봐.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들 나가봐.” 강서진의 말에 다들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미 인사불성 상태인 친구도 부축을 받아 겨우 룸을 나섰다. 엉망이 된 룸, 박수혁과 강서진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박수혁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 듯, 팔목과 손의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강서진이 다가가 박수혁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술을 더 가지고 오라고 분부했다. “술이나 진탕 마시려고 온 거지? 마셔...” 두 잔에 술을 따른 강서진이 먼저 술을 벌컥 마셨다. 강서진의 말에 박수혁도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 자극적인 보드카가 식도를 따라 흘러내려가자 잔뜩 굳은 그의 몸도 드디어 힘이 풀렸다. 고개를 푹 숙인 박수혁의 어깨가 살짝 떨려왔다. “은정이가... 나 때문에 죽을 뻔했대. 그런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박수혁 본인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3년 동안 박수혁을 냉대한 것도 모자라 이혼한 뒤에도 용서해 달라는둥 다시 시작하자는둥 매달렸으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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