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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아무 준비 없이

다시 심각해진 분위기, 회의실은 정적이 감돌았다. 새카만 눈동자로 한유라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심강열은 차라리 그녀가 화가 나서 일부러 하는 말이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기만 했다. 두 사람의 사이와 상관없이 진작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린 듯 말이다. 잠깐 침묵하던 심강열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실장은 아직 더 배워야 할 것도 많잖아? 다른 직원을 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심강열이 곱게 그녀를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진작 예상하고 있었기에 한유라는 여유로운 미소로 응했다. “아직 배워야 하는 게 많으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우고 오는 게 맞지 않겠어? 그리고 그쪽에선 나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을 테니까 내가 가야 오히려 당황할 것 같은데.” 이에 임원들 중 한 명이 눈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하지만 다음 순간 얼음 비수 같이 내리꽂히는 심강열의 눈빛에 다들 입을 꾹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아, 대표님께선 실장님을 보내고 싶지 않으신 거구나. 하긴. 알콩달콩 깨 볶을 신혼인데 반 년이나 파견 근무라니. 말도 안 되지.’ 숨 막히는 침묵에 한유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반대 의견은 없는 것 같으니까 그냥 내가...” “이 일은 추후에 다시 얘기하죠.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때 심강열이 벌떡 자리에 서더니 한유라의 손목을 잡고 성큼성큼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남은 임원들이 멀뚱멀뚱 눈치만 보고 있던 그때 비서가 들어왔다. “이만 사무실로 돌아가주시죠. 아, 진 팀장님,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실까요?” 잠시 후, 회의실에 진 팀장만 남고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로 절?” 이에 비서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 카드 진 팀장님 거 맞죠?” “네.” “12층 이상의 공용구역과 휴식구역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죠. 하지만 회사 규정에 따르면 이 카드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죠?” 이에 진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냥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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