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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화 불청객

소은정은 그녀의 불만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한유라가 심강열의 비서로 취직한 건 업무적인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심해그룹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한유라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하지만 심강열이 적당한 인사발령을 내주지 않으니 다시 가문으로 돌아가 가업을 물려받을 수도 없었다. 심해그룹에서 한동안 비서로 근무하다가 가문에서 운영하는 유한그룹으로 돌아가서 대표가 된다? 유한그룹 직원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문제였다. 그리고 한유라의 부모님을 설득하기엔 설득력도 부족했다. 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강열 씨한테 너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어때?” 어차피 업계에서는 잘나가는 회사의 대표가 여자친구를 띄워주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고 뒤에서 도와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유라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돌아가서 다시 잘 얘기해 보지 뭐!” 그녀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한유라는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더 기다리다가 자신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조금 전 심강열이 임신 얘기를 꺼냈을 때도 불편했다. 그와 아이를 가지는 게 불편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소은정과 상황이 조금 달랐다. 회사에서 그녀의 발언권은 별로 많지 않았다. 김현숙과 심강열은 그녀가 임신하면 바로 직장생활 그만하라고 할 것이 뻔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소은정은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가서 전화를 받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들이 대여한 대형 룸을 나와 화장실을 찾는데 옆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문틈으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소은정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걸음을 재촉해서 그곳을 빠져 나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인데?’ 소은정이 지나간 뒤, 열려 있던 문이 닫혔다. 이한석은 공손한 자세로 자신을 등지고 선 남자의 눈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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