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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9화 임원

전동하가 요새 부쩍 핼쓱해진 소은정의 볼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레 말했다.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요.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은정 씨 예쁜 얼굴 다 상하겠다. 다 놀면 전화해요.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전동하를 꼭 안아준 뒤 돌아섰다. 오랜만에 만난 한유라는 얼굴에 나 새댁이요라고 적어놓은 듯 행복함이 듬뿍 담긴 모습이었다. 며칠 사이에 살이 오른 건지 더 글래머러스하게 변한 그녀를 바라보던 소은정, 김하늘이 서로 시선을 주고 받았다. “재벌집 사모님 되더니 좋아 보인다? 아주 얼굴에 빛이 나는데?” “그러니까. 너 요즘 진짜 행복하긴 한가 보다. 행복하면 살 찐다잖아.” 김하늘의 팩폭에 얼굴과 몸 구석구석을 다급하게 만지던 한유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 살찐 거 맞지? 글쎄 깡은 죽어도 안 쪘다잖아. 하여간... 남자들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니까.” “또 괜히 저런다. 야, 그런데 부케 말이야. 살면서 친구 손에 부케 쑤셔넣는 신부는 처음 본다. 어쩜 넌 결혼식 날에도 그렇게 막무가내니?” 피식 웃던 김하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시집 못 갈까 봐 내가 특별히 배려한 거잖아.” “큭큭, 은해 오빠한테 던져주지 그랬어. 되게 좋아했을 것 같은데.” 이에 김하늘이 소은정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하이고, 결혼식에 참석도 안 하신 분들은 입 다무시죠?” 여고생처럼 꺄르륵 대며 세 사람은 대학가 근처 분식집에 도착했다. 평소에 가던 미슐랭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그녀들의 학창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의미있는 곳이었다. 떡볶이며 쫄면이며 먹을 걸 잔뜩 주문한 한유라가 자신의 신혼 생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결혼식 하니까 직원들 태도가 아주 싹 바뀐 거 있지? 대놓고 나 왕따시키던 사람들이 커피를 타주질 않나. 디저트를 사주질 않나. 사람이 너무 확 바뀌니까 좀... 소름 돋더라.” “회사 사모님이 비서로 있는 것도 갑질인 거 알지? 차라리 다른 직책으로 옮기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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