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5화 쓰다
한유라에게 심강열은 나이보다 더 진중하고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으며 세상만사에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진짜 저 사람 모습이 맞을까?’
갑작스럽지만 한유라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참지 못할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귀던 여자가 돈 받고 떠났다는데... 그 말을 할 때도 전혀 슬퍼보이지 않았어. 꼭 남 일 말하는 것처럼... 화는커녕 실망한 기색도 전혀 없던데... 왜지? 저 사람도 당황하거나 화를 낼 때가 있을까?’
진심으로 묻고 싶었지만 지금 두 사람의 애매한 관계를 생각해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편, 한유라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심강열은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숙련된 손놀림으로 담뱃재를 털어낸 한유라가 자연스럽게 담배를 건네려던 그때, 넓은 등이 휙 다가오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막아버렸다.
한유라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심강열이 허리를 숙이고 조금 차가운 입술과 한유라의 말랑한 입술이 맞닿는다. 그리고 한유라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심강열을 받아들였다.
심강열의 숨결에 입안에 조금 남은 담배향이 사라지고 심강열은 그렇게 천천히 한유라의 입술을 음미했다.
키스의 달달함에 담배 연기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쯤에야 심강열은 다시 그녀를 놓아주었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한유라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찬바람에 겨우 되찾은 정신이 다시 몽롱해지고 시끌벅적한 복도가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뿐인 듯 조용하게만 느껴졌다.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건 심강열이었다.
“쓰네요.”
“아, 네.”
한유라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피우던 건 이런 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심강열의 표정과 목소리는 마치 담배 전문가처럼 진지했다.
방금 전 그 뜨거운 키스가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오일의 비율에 대해 연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어느새 끝까지 타버리는 담배가 뜨겁게 느껴질 때에야 다시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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