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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통구이

창고에는 불에 취약한 건축자재들이 가득 쌓여있다. 지금 성급하게 문을 열었다간 창틈에 뿌려진 휘발유를 타고 불꽃이 흘러들어와 순식간에 창고 전체가 타버릴 게 분명했다. 여기서 통구이가 될 순 없어. 소은정은 불길을 피해 창문과 최대한 먼 곳으로 도망쳤지만 창고 내부의 온도는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유독연기와 점점 희박해지는 산소... 창고가 찜통처럼 느껴지며 소은정은 천천히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전동하 시점. 깨질 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눈을 뜬 전동하는 낯선 주위의 풍경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은정 씨가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 있는 곳인 것 같은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천천히 기억을 더듬던 전동하의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수상한 남자를 따라가던 그때 갑자기 다른 누군가의 기습으로 정신을 잃었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게 틀림없는 깔끔하고 잔인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지... 그럼 은정 씨는...! 겨우 정신을 차린 전동하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연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그를 맞이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박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훑어보았다. “깼어요? 배 안 고파요? 음식 준비해 줄까요?”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확연히 야윈 전인국이 앉아있었다. 미국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왜 여기에...! 입국했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는데. 불안한 예감이 밀려오고 전동하는 얼굴을 들이미는 박수아를 힘껏 밀어냈다. “그쪽이 꾸민 짓입니까?” 박수아와 전인국을 번갈아 바라보던 전동하는 S시 프로젝트와 관련된 루머 뒤에 뭔가 더 큰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챘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전기섭이 다친 걸 알면 아버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은정 씨는 지금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있을 거 아니야. 한편,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던 전인국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그를 훑어보던 전인국이 입을 열었다. “그쪽?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는 거냐? 네가 내 아들로 태어난 걸 고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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