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6화 재미있는 일
밤을 새운 탓인지 박수혁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박수혁을 바라보던 이한석은 말없이 돌아섰다.
어제 소은정을 만난 뒤로 어딘가 이상해지셨단 말이야...
한 시간 뒤, 누군가 차창을 두드리고 잠깐 눈을 붙이던 박수혁이 눈을 번쩍 떴다.
“HY 투자 정하겸 회장 아들 정인규입니다. 전에 파티에서 한 번 뵀었습니다.”
파티에서 박수혁과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보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그들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면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한석의 소개에 박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긴 하지만 HY 투자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일단 상대해 주는 게 좋겠어...
먼저 차에서 내린 이한석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다 뵙네요.”
정인규는 재벌 2세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제 여기서 파티가 있었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예 하룻밤 묵었거든요.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박 대표님이시네요?”
이에 이한석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 손님 기다리는 중이시거든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정인규와 눈이 마주친 박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그런데 누굴 기다리시는 겁니까? 제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든 태한그룹 박수혁과 친해져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정인규는 최대한 적극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친구 기다리는 중입니다.”
“남자분? 아니면 여자친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정인규를 바라보는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고 이한석이 바로 대신 해명했다.
“아, 한국 친구분이라 정 대표님은 잘 모르실 거예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이요?”
잠깐 멈칫하던 정인규가 피식 웃었다.
“아, 아쉽네요.”
하지만 잠시 후, 뭔가 생각하던 정인규가 고개를 들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다는군요. 한국에서 온 여자라는데 무슨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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