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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죽기 전에

전기섭은 마치 도살 직전의 짐승처럼 힘없이 소은정의 손에 끌려갈 뿐이었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어... 전동하가 그를 가두었을 때도 이런 기분은 느껴본 적 없는 전기섭이었다. 전동하는 어디까지나 그의 자존심을 짓밟고 모욕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다면 소은정은 정말 그를 죽이려는 듯한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 여자... 전동하보다 훨씬 더 독종이잖아? 숨 쉬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얼굴색은 붉은기를 넘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지만 소은정은 여기서 물려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베란다 물이 열리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거침없이 불어왔다. 뼈를 깎는 듯한 한기가 상반신은 이미 나체인 전기섭의 몸을 그대로 침식했다. 잠시 후, 호텔 방문이 열리고 다급하게 호텔방으로 들어온 우연준 일행은 참혹한 상황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은 망설임 없이 전기섭을 차버리고 종이장처럼 나풀거리며 떨어졌지만 스카프로 만들어진 고리가 베란다 난간에 걸려 다행히 추락은 막을 수 있었다. 아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카프 고리에 목이 묶인 전기섭은 더 강력한 질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두운 밤, 잠깐 동안 이어진 죽음의 침묵은 전기섭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우연준이 베란다로 달려갔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무표정일 뿐이었다. “대표님...”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우연준이 말끝을 흐렸다. 방금 전 다급해진 전동하는 바로 우연준과 미국에 있는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십 명의 사람을 모집했다. 하지만 그의 명령에 따라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누가 약자란 말인가. 한편, 베란다에 대롱대롱 묶인 전기섭은 여전히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스카프를 푼다면 19층 빌딩에서 추락해 죽겠지만 깔끔하게 죽을 수 있을 테고 그게 아니라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곳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목이 졸려 죽을 것이냐 아니면 추락해서 죽을 것이냐. 내 선택은 이 두 가지 중 하나뿐인 것인가... 의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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