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8장
하수진은 하현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잘 숙성된 보이차를 준비해 두었다.
은은한 차 향기가 퍼지는 가운데 하현은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비로소 온몸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양유훤은 하현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다가 결국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현, 이렇게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당신을 내가 갑자기 탐내서 덮치기라도 할까 봐 겁 안 나?”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오는 여인의 암시에 하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양방주, 난 당신을 내 형제로 생각하는데! 설마 당신이 날 덮치려고?”
“당신이 그런 유혹도 못 참는다고?”
“쳇!”
양유훤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날 어떻게 해 보려는 남자들이 페낭에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안타깝게도 난 그 사람들한테 눈길도 주지 않았어. 내가 반한 건 당신이거든.”
“단호하게 말하건대 말이야.”
“잘 들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신 없어.”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 안 되는 걸까?
꼭 이렇게 민감하고 난감한 주제를 다뤄야 하는 건가?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와중에 양유훤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았다.
채연이었다.
채연은 양유훤에게 꼭 제시간에 갈 것을 반복해서 일렀고 꼭 혼자 갈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고 일렀다.
동시에 채연은 부문상의 배후가 페낭 무맹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듯 반복해서 말했다.
그래서 그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더라도 절대 그와 맞서 싸우지 말 것을 세뇌시키듯 말했다.
양유훤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받아넘겼다.
페낭 무맹도 남양무맹도 강한 상대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못 넘을 산은 아니었다.
오히려 옆에서 듣고 있던 하현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양유훤, 채연이란 여자 정말 재미있군.”
“브로커가 당신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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