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3화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 했다. 장손 장로를 함정에 빠트린 사람들이 바로 대장로와 둘째 장로였다니, 평소에 물과 불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대장로와 둘째 장로가 장손 장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었다.
이는 도범에게도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장손 장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이미 나만의 퇴로를 준비해 뒀어. 물론 네 퇴로도 생각해 봤지. 일부 일들은 내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면 결과는 모두 같을 테니, 비굴하게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쾌활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
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손 장로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자 장손 장로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잡다한 일은 그만두고 내가 너에게 줘야 할 열쇠가 있어.”
“자원 비경에 들어가는 자격 말씀이신 가요?”
도범은 장손 장로가 다 말하기도 전에 물었다.
이 말에 장손 장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놀란 듯 도범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 이 소식은 나도 금방 알게 된 것인데, 그리고 저 녀석들의 행태를 봐서는 분명 부하들에게 비밀 유지하라 했을 텐데, 생각보다 빨리 소문이 났군.”
그러자 도범은 무력하게 씩 웃으며 현청전에 들어오기 전에 겪었던 일들을 장손 장로에게 다시 한번 설명했다.
장손 장로는 도범의 설명을 듣고 나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오양용이로군. 오양용은 원래 그런 성격이야. 친전 제자가 되고 나서는 더욱 도도하게 굴지.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 너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서로 대립할 수 밖에 없어. 만약 오양용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너도 오양용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도범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무력하게 씩 웃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사람이 나서서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손 장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도범의 고민하는 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한 척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며칠 동안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파악하고 그 원인과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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