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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아침 일찍 목정침이 집을 떠났다. 옷장을 다 뒤졌는데도 온연은 파티에 입고 갈 만한 옷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진몽요랑 함께 백화점을 돌았다. 온연이 결제할 때 진몽요가 그녀의 핸드폰을 흘겨보았다. 문자에 뜬 잔액을 보자 진몽요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연아, 너 너무한다. 가난뱅이인 줄 알았는데 다 거짓말이었어?" 이 돈은 목정침이 준 돈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헛소리 그만하고 가자." 파티는 바닷가 근처 심개네 별장에서 주최되었다. 진몽요랑 온연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차있었다. 대부분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 유독 심개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온연, 오랜만이야." 심개가 그녀에게 다가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예쁜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그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심개, 너 이것 때문에 파티 연 거지?" "맞아, 그래서 뭐?" 심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말투에 장난기가 조금 섞여있었다.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속에서 달콤한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몽요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지를 끌어당겼다. "연아, 여기 내 남자친구! 전지야!" 온연이 그를 쳐다보았다. 전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전지는 훤칠한 키에 출중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허세 가득한 성격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이더니 이내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히터가 틀어져서 그런지 홀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빵빵하게 틀어진 노래가 홀의 분위기를 업되게 만들었다. 진몽요는 홀에 들어서자마자 흥이 나버렸다. 진몽요는 온연에게 칵테일을 한잔 건네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건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해. 과일맛이야. 분위기 깨게 물만 마실 건 아니지?" 온연은 그녀가 건넨 술을 한 모금 마셔보았다. 혀끝에서 오렌지향이 감돌며 옅은 술 냄새가 났다. 그녀는 큰 거부감 없이 칵테일을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 그녀는 입던 외투를 한쪽에 벗어두었다. 전지와 진몽요는 이미 취해 한쪽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심개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뭐라 중얼대는지 그녀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그의 품속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음날,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온연은 눈을 떴다. 심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시 멍해 있었다. 그녀의 몸이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침대에서 허겁지겁 내려왔다. 몸에는 누가 입힌건지 모를 남자의 셔츠가 걸쳐져있었다. 그녀는 어제의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보고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외박이 처음이라 그녀는 어찌할 줄 몰라 안절부절했다. 만약 목정침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그녀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틈을 타 그녀는 자신의 옷을 찾아 입었다. 아무리 찾아도 외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밖에 눈이 오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심개의 외투를 챙겨들었다. 그녀는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 소파에 사람들이 너저분하게 누워있었다. 술이 깨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어젯밤의 광경을 대변해 주었다. 이 광경을 본 그녀의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목정침의 차가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목정침이 피로한 듯 눈을 비볐다. 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 진락이 목정침에게 말을 걸었다. "도련님, 아님 출장을 좀 미루시는 게… 어제 비행기 연착 때문에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셨잖아요…오늘 바로 출국하시면… 몸도 챙기셔야죠." "됐어." 목정침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치려는데, 갑자기 뉴스 하나가 화면으로 튀어나왔다. 목정침은 제목을 대충 흘겨보고는 뉴스를 클릭해 들어갔다. 심개와 온연이 침대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목정침은 핸드폰을 으스러뜨릴 듯 꽉 쥐었다. "진락, 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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