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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장

순간 소만리의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문을 열어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차 앞으로 달려가 피로 물든 손을 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소만리, 우리 다시 시작해...”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진 기모진이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소만리의 눈물은 조용히 흘러내렸고 마음속에서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긴 했지만 그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기모진의 부상도 곧 안정되었다. 그는 내상은 없이 대부분 외상이었다. 왼손이 조금 심하게 다쳐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었고 왼쪽 종아리에도 상처가 나서 피가 많이 흘렀다. 기모진은 또 흐릿하게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요트가 폭발하는 꿈을 꾸었고 소만리가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 그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목구멍에서 애틋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소만리, 가지 마.” 그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눈앞에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육경의 모습이 보였다. “사장님, 깨어나셨군요.” 기모진은 자신이 육경의 손을 잡은 것을 보고 방금 꿈을 꾸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올라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재빨리 육경의 손을 놓았다. “흠흠.”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육경은 급히 그를 부축하며 다행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드디어 기억을 되찾으셨어요.” 기모진은 멈칫하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사장님, 또 기억을 잃으셨어요? 오늘 아침 사장님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교통사고?” 기모진은 애써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생각도 흐릿해져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사고를 당했는데도 그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소만리가 그에게 다가와 다시 시작하자고 한 말뿐이었다. 기모진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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