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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장

”소만리" “그만 불러요. 보고 싶지 않아.” 소만리는 그를 뿌리치고 눈물을 닦았다. “사실 난 당신이 날 잊었다고 탓한 적은 없어요. 당신이 날 구하기 위해 다쳤기 때문에 결국 강연에게 이용당하게 되었단 걸 알아요. 하지만 기억상실은 당신이 인간성을 잃고 내 부모님을 죽인 이유가 되지 못해요.” 소만리는 계속 말했다. “기모진, 난 이제 당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르지만 그들을 위해 복수할 수도 없어요.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해요?” 소만리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소파 앞으로 다가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기를 안아 들고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기모진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소만리가 방금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그는 정말 자신의 목숨으로 사화정과 모현의 목숨을 바꿀 용의가 있었다. 그녀가 더 이상 힘들지 않다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속죄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소만리, 당신은 나에게 다시는 속죄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군. 소만리는 휴게실을 벗어나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계단 입구를 걸어가고 있는데 경연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소만리가 목소리를 듣고 막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경연은 마침 전화를 마치고 복도에서 나왔다. 소만리가 문밖에 있는 것을 보고 경연은 잠시 의아했지만 이내 온화한 웃음을 띠었다. 그러나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기 사모님 괜찮아요?”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이제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끄떡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 “그럼요.” 경연은 소만리의 이런 강인함에 마음이 뭉클했고 소만리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를 보았다. “내가 안아 봐도 돼요?” “당연히 되죠.” 소만리는 아기를 조심스럽고 천천히 경연에게 건네주었지만 경연은 아직 아기를 안아본 경험이 없어서 얼른 바로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 “기 사모님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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