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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장

그의 되물음에 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깊고 요염한 눈을 보고 있자니 소만리의 눈 속에 있던 기대가 사라졌다. 그녀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지며 말했다. “기모진, 지금 이 순간부터 나 소만리는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서서히 없애버릴 거야. 당신은 더 이상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야!” 그녀의 이런 결연한 말을 듣자 기모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를 안고 있던 두 손에 갑자기 힘이 빠졌다. 소만리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그의 눈앞에서 결혼반지를 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반지가 갑자기 작아진 것인지 그녀가 아무리 힘을 줘서 빼려고 해도 빠지지가 않았다. 소만리는 울면서 반지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다. 빨갛게 살이 부어올라 아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반지를 빼려고 했다. 기모진은 이런 고통스런 소만리를 보며 보이지 않는 뭔가가 가슴을 조이는 것 같았다. 그가 그녀를 말리려고 할 때 갑자기 소만리의 반지가 빠졌다. 어찌 된 일인지 그 순간 기모진은 자신의 마음이 마치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만리는 붉어진 두 눈에 실망의 빛을 가득 채우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기모진, 언젠가 당신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이렇게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을 수 있기를 바래. 하지만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소만리는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을 두 번은 용서하지 않아.” 그녀는 결단하고 돌아서면서 그가 손수 끼워주었던 결혼반지를 매섭게 그의 발 옆에 던졌다. 소만리는 앞으로 걸어갔다. 눈빛은 공허했다. 눈앞의 모든 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형체도 없었다. ... 소만리는 돌아간 후 사화정과 모현의 뒷일을 수습하였다. 모든 처리가 끝난 후 그녀는 며칠 동안 쉬었다. 요 며칠 동안 그녀도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 두었다. 세 아이를 위해 그녀는 정식으로 기 씨네 집으로 들어갔다. 경호원을 구해 강연이 또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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