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장
기모진의 모든 관심이 이 일곱 빛깔 조가비에 옮겨간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런 그림이 떠올랐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는 어린 여자아이를 업고 황급히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 어린 소녀는 그의 목을 껴안고 달콤하게 그를 불렀다...
“퍽!”
기모진이 추억에 잠겨 어린 소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려는 순간 그의 얼굴에 소만리가 뺨을 한 대 때렸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보는 앞에서 목걸이를 세게 잡아당겨 땅바닥에 매섭게 던져버렸다.
“내가 진작 내려놓았어야 했어. 내 부모님을 죽인 건 당신이야, 당신이라구!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에게 나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구!”
그녀는 그를 밀치고 쏜살같이 떠났다.
기모진은 멍하게 소만리가 멀리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소만리가 땅바닥에 던진 목걸이에 촘촘히 박힌 일곱 빛깔 조가비를 주웠다.
이렇게 평범하게 생각 조가비인데 왠지 그는 눈에 아주 익숙하고 특별하게 여겨졌다.
소만리는 모 씨 집 대문 앞에서 무작정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집안에서 실낱같은 따뜻함과 추억을 찾으러 이곳을 찾았지만 뜻밖에도 기모진을 만난 것이다.
그녀는 후회한다고 말했지만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후회해도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미 그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며 그를 내려놓았다.
소만리는 단숨에 멀리 뛰쳐나갔고 석양빛은 그녀의 마음속 지독한 추위를 다 날려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땅에 넘어져 무릎을 꿇었다. 초가을 첫 비가 갑자기 내렸다.
가늘고 촘촘한 빗줄기가 점점 대지를 적셨다. 소만리의 마음도 젖어들었다.
“왜?”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괴로워하며 자문했다.
“왜? 왜 내가 사랑하기만 하면 이런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거지?”
소만리는 고개를 들어 흐린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눈물과 차가운 빗물이 한데 섞여 흘러내렸다.
“하느님, 제게 죄가 있다면 제발 저를 벌해 주세요. 더 이상 내 가족들은 해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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