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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장

이 말을 듣자 강연은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있다가 문득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강연은 이 황홀한 복숭아꽃 같은 눈빛을 보고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깨어났군요.” ... 경도. 한 달이 지나자 소만리는 매일 일에 매달리며 자신의 상념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뱃속의 아이와 귀여운 두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긍정적으로 밝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기모진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운 밤을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월요일 아침 소만리는 일찍 기 씨 그룹으로 왔다. 일찍이 기모진이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그녀는 온갖 잡다한 서류들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처리했다. 조회시간이 되어 그녀는 회의를 하러 갔다. 그녀는 이미 기 할아버지가 인정한 기 씨 그룹 신임 최고 경영자이고 명실상부한 사장이었지만 여전히 직원들에게 사장 사모님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이 호칭은 그녀로 하여금 기모진이 마치 세상에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 이런 착각이 그녀에게 가슴에 난 아픔을 치유해 주었다. 금세 점심시간이 되어 소만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비서가 와서 말했다. “사모님, 경강 그룹의 책임자인 경연이 향수의 출하 날짜 변경과 디자인 일로 사모님을 특별히 찾아뵙고 상의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옆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이 왕이지. 소만리는 바로 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면서 일 얘기를 하는 것은 사업상 자주 있는 일이었다. 소만리는 식당으로 갔고 만나는 장소가 수없이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식당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그 기억들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모든 순간에 그가 있었고 소만리에게는 다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었다. 예전에 앉았던 그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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