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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장

지금 상황이 한시도 늦출 수가 없어서 육경은 서둘러 구명정을 준비하러 갔다. 기모진은 두 발을 맞았는데 한 발은 등 뒤에, 또 한 발은 다리에 맞았다. 남자의 상처에서 붉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기모진의 얼굴빛은 육안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하얗게 식어갔다. 심지어 그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기모진 자면 안 돼. 버텨야 해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 소만리는 목소리가 떨렸고 거즈를 든 두 손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거의 눈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모진은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쓸어내려 닦아주며 말했다. “소만리, 나 때문에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으나 숨결이 매우 약했다. 소만리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침대 위에 있던 담요를 들고 힘껏 기모진의 상처를 눌렀다. 새하얀 담요가 바로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방울방울 뜨거운 눈물이 아프게 기모진의 얼굴에 알알이 박혔다. 기모진의 피로 물든 손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그만 울고 내 말 들어. 어서 여온이와 기란군을 데리고 여길 떠나.” 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절대로 가지 않을 거예요!” “소만리...” “기모진 당신 꼭 버텨야 돼요. 당신 아직 뱃속의 아이 얼굴도 못 봤잖아요. 아직 여온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기모진의 지친 눈동자는 소만리의 약간 불룩한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얇은 입술을 움직여 불러보았다. “여온이는...” 소만리는 기여온을 불러오려고 했지만 이때 육경이 다급하게 말했다. “구명정이 준비됐습니다! 요트는 이미 불타기 시작했으니 곧 폭발할 겁니다. 기 사장님, 어서요.”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창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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