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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0장

다음 순간, 기모진이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차에서 내렸다. 차디찬 얼굴을 한 그는 양손이 붙잡혀있는 소만리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고, 소만리를 경찰들의 손에서 구출해내 자신의 옆에 세워두었다. “소만영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건 사고였죠. 천미랍씨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대로 조사하고 사람 잡으셔야죠.” 냉랭한 말투와 압도적인 기세였다. 그는 소만리의 어깨를 끌어당기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면서 얘기했다. “타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모진의 차가 경찰차보다 나았다. 기모진은 곧 스포츠카를 몰아 그녀를 인적 드문 교외로 데려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만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쪽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저 때문에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 왜 절 도와주는 거죠?” 기모진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요?” “저만 아는 게 아니라 경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아는 사실이죠. 그쪽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소만영이고 가장 미워하는 여자는 그쪽 전처라는 거.” 소만리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기모진은 그녀의 대답에 미간을 구기더니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침묵에 소만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그쪽도 이젠 사랑하는 여자 곁에 가야죠. 아마 평생 그쪽 없이는 살지 못할 텐데.”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손목이 끌어당겨 졌다. 차가운 체온이 피부를 통해 침투해왔고 그녀의 심장을 감쌌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의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날 저한테 물었었죠? 그쪽이 제 전처랑 똑같게 생겼으니, 저랑 똑같이 생긴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 거냐고. 지금 대답할게요, 네.” “…” 소만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그의 진지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눈빛과 마주쳤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당신이랑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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