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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장

고승겸은 언짢은 얼굴로 기모진을 노려보았다. 모든 것을 돌이키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다는 걸 고승겸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고승겸을 지켜보던 남연풍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승겸이 더 이상 잘못된 길을 걷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남연풍이었다. 여기서 멈추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다. 눈앞에서 고승겸이 끌려가는 것을 본 남연풍은 있는 힘껏 휠체어를 밀어 그에게 다가갔다. 무장 경찰에게 제압당한 고승겸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였으나 달리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 결국 원망에 휩싸인 그의 시선은 남연풍에게 떨어졌다. 그러나 남연풍의 눈을 본 순간 고승겸은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갔다. “따라오지 마.” 뒤따라오는 남연풍을 보는 고승겸의 눈에 애틋함이 가득했다. “저리 가. 오지 말라구. 나 같은 건 이제 잊어.” 고승겸의 눈 속에 안타까움과 회한의 감정이 솟구쳤다. “남연풍, 우리 이번 생에서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 부디 잘 살아.” 말을 마친 고승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남연풍이 고승겸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자 소만리가 옆에서 그녀의 손을 부여잡았다. “남연풍, 진정해요.” 남연풍은 감정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 말리지 말아요! 나도 저 사람이랑 같이 갈래요! 그에게 죄가 있다면 나에게도 죄가 있는 거예요!” 남연풍은 고승겸에게 달려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때 강자풍이 성큼성큼 걸어와 남연풍의 앞을 가로막았다. “남연풍, 당신은 고승겸과 같이 갈 수 없어요! 당신이 진정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여온이가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 강자풍은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연풍이 이렇게 가버리거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렇게 되면 기여온의 몸에 난 붉은 반점은 영영 치료할 길이 요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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