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6장
고승겸은 잠시 말을 멈추었고 얼굴색이 갑자기 변한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 예전 같으면 내가 이렇게 해도 당신은 날 지지했겠지?”
“글쎄. 그랬겠지. 예전 같았으면 심지어 난 당신을 도왔을 거야.”
남연풍은 자조하며 말했다. 마음이 복잡하게 엉켜서 생각할수록 괴롭고 또 괴로웠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다 죽인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 자신도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남연풍은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 언제 기여온한테 주사를 놓았어?”
“당연히 당신과 그 아이가 깊이 잠들었을 때지.”
고승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고 돌덩어리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남연풍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그 아이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그렇지? 만약 우리 아이에게 아무 일이 없었으면 곧 세상에 나와서 우리 곁에 있었을 거야.”
순간 고승겸의 눈빛이 아련하게 부서지는 것 같다가 이내 원한으로 휩싸인 눈빛으로 돌변했다.
“기모진이 우리 아이를 죽였고 소만리가 내 미래를 무참히 짓밟았어.”
“당신은 아직도 잘못을 고집하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어.”
남연풍이 쓴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고승겸을 응시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자수할 거야?”
“자수의 끝이 뭔 줄 알아?”
고승겸이 되묻고는 스스로 대답했다.
“죽는 길뿐이야.”
남연풍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당신이 아까 지쳤다고 한 건 무슨 뜻이야?”
고승겸은 천천히 일어나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았다.
“난 절대 되돌아갈 수 없어. 앞으로 나가든 뒤로 물러서든 결과는 똑같아. 그러니 차라리 나 혼자 끝내는 게 나아.”
“...”
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찬바람이 뺨을 사정없이 때렸고 숨 쉴 때마다 가슴 시린 바람이 그녀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무슨 말이야? 고승겸,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남연풍이 다급하게 추궁하며 고승겸을 끌어당기려 해도 모든 힘을 상실한 두 다리는 아무 도움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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