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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장

기묵비의 목소리는 떨렸고 향을 든 손가락마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자제하고 싶었지만 비통한 마음이 몰려와 복받치는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추억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그가 그녀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줬더라면 이렇게까지 숨이 멎을 정도로 마음 아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니 그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준 것은 눈물과 고통이었다. “초요, 아이들은 내가 직접 키울게.”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을 잘 기억할게. 우리 아이는 사회에 떳떳하고 유용한 사람이 되게 키울 거야.” 기묵비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다짐을 약속했다. 눈물로 흐려진 그의 두 눈은 여전히 꽃처럼 웃고 있는 초요의 사진 위에 머물러 있었다. “초요, 우리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내가 당신을 쫓아다니며 사랑할 거야.” 기묵비의 차가운 손끝이 초요의 사진 위를 살며시 스쳐 지나갔다. 초요, 사실 나 다 알아. 바닷가에서 작별을 고하던 그날, 당신이 흐느끼던 눈물의 의미, 그 눈물 속에 내가 있었다는 것. 내가 당신을 아무리 아프게 상처 줘도 당신은 날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어. 내 마음속 깊이 오랫동안 담아 둔 말이 있지만 차마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묵비는 침통하게 입술을 들썩이더니 초요의 사진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초요, 사랑해.” 기묵비는 초요의 사진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오랫동안 묻어 둔 사랑 고백을 했다. 왜 그가 소만리를 초요로 착각하게 되었는지 때로는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의 착각 때문에 초요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초요가 살아 있든 없든 그들은 다시 함께 할 가능성이 없어졌다. 물론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그녀가 진심으로 무사하기를 바라고 설령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진심으로 축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상상한 모든 것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기묵비는 한참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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