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5장
고승겸은 말을 마치고 홀연히 돌아섰다.
소만리는 그런 고승겸의 단호한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밭에 쪼개진 시약통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편안한 얼굴로 그녀를 위로했다.
“소만리, 당신이 날 걱정하는 건 알지만 지금 당신 상황이 더 급해. 남사택만 있으면 난 독소가 발작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렇지만 당신은 달라. 고승겸이 순순히 해독제를 내놓을 리 없어.”
소만리는 기모진이 한 말에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부서진 시약통을 보니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승겸이 떠난 후 소만리와 기모진은 다시 남연풍이 머물렀던 방으로 돌아왔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확실히 사람의 피였고 또 마른 정도로 보아 얼마 전에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모진, 누가 남연풍을 잡아갔을까? 남연풍을 잡아가는 게 그 사람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소만리가 의문스럽게 묻었으나 기모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슨 생각에 잠겼다가 되물었다.
“소만리, 고승겸이 남연풍에 대해서 품은 감정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해?”
소만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보기엔 고승겸도 남연풍에게 남녀의 정이 좀 있는 것 같아.”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애정이 있다는 뜻이야?”
“응.”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고승겸이 남연풍을 장기판의 말로만 여기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모진도 소만리의 말에 수긍하며 영민한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
“누가 그랬는지 대충 알 것 같아. 이런 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야.”
기모진의 깊은 눈매가 예리한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면서 순간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일로 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말 그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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