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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0장

남사택은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남연풍, 난 당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참 어리석기 짝이 없군! 당신은 항상 엄마 아빠가 당신을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당신을 산비아에 연수를 보냈을 때도 부모님들이 당신을 버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 남연풍, 당신은 스스로 너무 자격지심이 강해!” “입 다물어!” 남연풍은 화가 나서 큰소리로 남사택을 제지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훈계야! 남사택, 내가 경고하는데, 나와 소만리, 기모진 사이의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마. 만약 네가 감히 그들을 위해서 해독제를 만들어 준다면 그건 너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란 걸 알아 둬!” “뭐? 스스로 무덤을 판다고? 당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고승겸 때문이야? 다 그 사람이 시킨 거 맞지?” 남사택이 고승겸을 언급하자 남연풍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남연풍의 표정이 확 변하는 모습을 보니 남사택의 마음이 더욱 아팠다. “당신 그 사람 사랑하는 거야?” 남사택이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남연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남사택은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을 지으며 말했다. “남연풍, 그 남자에게서 당장 멀어져.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야.” 그는 말을 마치고 작은 수첩 하나를 외투 주머니에서 꺼냈다. “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당신 안 믿을 거라는 거. 그럼 가서 당신 스스로 진실을 밝혀봐.” 그는 작은 수첩을 남연풍 앞에 내밀었다. 남연풍은 눈을 내리깔고 수첩을 유심히 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움츠러들었다. 낡고 오래된 듯한 작은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알고 있던 수첩이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겉표지에 묻은 갈색 얼룩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할 정도였다. “아빠의 메모장이야, 잘 알고 있겠지만. 아빠 글씨도 잘 알 거야.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후 유품에서 발견하고는 내가 보관하고 있었어. 아빠가 쓴 걸 잘 읽어봐. 그들이 얼마나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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