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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장

남연풍은 달력을 몇 번 쳐다보다가 싸늘한 낯빛으로 돌아섰다. 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동시에 달력에 시선을 옮겼다. 이날? 남연풍이 말하는 이날은 무슨 날일까? 교외의 한 공동묘지. 남사택은 오후 내내 합장된 묘비 앞에 앉아 있었다. 원래 오늘 오후에 그는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어야 했지만 오늘은 너무나 특별한 날이었다. 남사택은 묘비 앞 난간 가장자리에 홀로 앉아 눈앞의 묘비를 가만히 주시하며 미소를 띤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또 1년이 지났어요. 세월 참 빠르네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좀 늦었어요.” 남사택은 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망하셨죠? 올해도 저 혼자만 와서. 누나가...” “나 지금 왔잖아.” 남사택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뚫고 난데없는 목소리가 남사택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으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남연풍이 우아한 코트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탈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여유로운 자태로 묘비 앞으로 다가온 남연풍은 묘비 앞에 놓여진 하얀 국화를 보다가 하얀 연기를 피워 내고 있는 향초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그녀는 눈앞의 묘비 위에 쓰여진 글씨에 눈을 고정시켰다가 바로 눈썹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돌아왔어?” 얼마 전 그들이 전화로 통화했을 때 남연풍의 쌀쌀한 태도를 아직도 남사택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십수 년 동안 부모님께 인사 한 마디 드리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여기 나타나리라고는 남사택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남연풍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내가 언제 돌아왔느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중요한 날 여기 있다는 거지, 안 그래?” 남사택은 얼굴을 찡그렸다. 남연풍의 말을 듣고 있자니 어딘가 좀 불편했다. 그러나 오늘은 부모님의 기일이고 남연풍이 와서 같이 추모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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