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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장

안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 “남연풍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기 전에 당신들이 뭔가 알아야 할 게 있어.” 기모진은 안나가 잘난 척하는 꼴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여기서 이런 헛소리 들을 시간 없어요.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요. 또 시간을 낭비하면 당장 내쫓을 거니까.” “...” 안나는 연거푸 위축되었고 이번에는 더 이상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자꾸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셜리라는 이름은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붙여준 이름이에요.” 고승겸과 남연풍이 아는 사이라는 건가? 이런 관계를 알게 된 소만리와 기모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모진은 마침내 남연풍의 배후가 고승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승겸이 열 살이 되던 해, 그가 남연풍을 집으로 데려왔고 그때부터 그들은 한 집에서 살아왔어요. 난 어릴 적부터 고승겸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나보다 남연풍이 훨씬 더 고승겸과 가까운 사이였죠.” 마지막 말을 할 때 안나는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기색을 띠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자신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것이다. “남연풍이 어디서 왔는지는 나도 잘 몰라요. 어쨌든 그녀는 10년 넘게 고승겸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사실 난 남연풍이 고승겸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지만 고승겸은 그녀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죠. 부모에게 버림받은 떠돌이 아이가 자작부인을 꿈꾸다니 말도 안 되는 꿈을 꾼 거죠!” 안나는 이를 악물고 질투에 휩싸여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남연풍도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몇 년 전에 혼자 집을 떠났어요. 그때부터 집안 식구들은 아무도 그녀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소식도 없고 나타나지도 않았던 거예요. 그런 그녀가 갑자기 돌아왔어요! 내가 다 봤다구요.” 안나는 고 씨 집안 정문 앞에서 봤던 장면과 편의점 앞에서 소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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