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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장

소만리는 경연에게 몸이 쏠려갔지만 경연이 보라는 것을 볼 마음은 없었고 오로지 사화정과 모현의 상황만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하지만 경연은 그녀를 놓아줄 뜻이 없어 보였다. 그는 핸드폰과 자동차 모니터를 연결했고 2초도 지나지 않아 모니터에 소만리와 그의 부모님의 모습이 나왔다. 세 식구가 얼마 전 그녀의 방에서 탈출 계획을 의논하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목소리도 온전하고 또렷하게 담겨 있었고 대화하는 모습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소만리는 순식간에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솟구쳐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소만리는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내 방에 감시카메라 달았어?” 경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냉소를 흘리며 황당해하는 소만리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사실이 증명되었지. 당신은 아직도 학습이 하나도 되지 않은 것 같군.” 소만리는 자신의 방안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경연의 눈앞에 전시되고 있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오한이 나서 손을 들어 경연을 때리려 했으나 그의 손에 저지당했다. 경연의 눈빛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 웃음이 오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소만리, 당신이 아무리 똑똑해도 날 이길 순 없어.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거든. 내가 말해두겠는데, 계속 이렇게 나한테 도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 두라구.” 그는 말하면서 사화정과 모현이 교통사고를 당한 앞을 흘끗 보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한테 주는 벌이야.” 소만리는 순간적으로 심신이 깊은 바다로 내려앉는 듯했고 놀란 가슴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경연의 손을 뿌리치고 허둥지둥 문을 열었다. 그녀는 비를 맞으며 허겁지겁 부딪힌 차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소만리는 차창 너머 뒷좌석에 앉아 있던 모현과 사화정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화정은 모현의 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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