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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장

소만리의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고 경연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깊은 눈으로 소만리를 탐색하듯 훑어보았다. “상의하고 싶은 게 뭐야?” 소만리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뒤돌아 창가로 다가갔다. “어젯밤, 난 기모진의 매정한 모습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 아마 당신이 말한 게 맞을지도 몰라. 난 내려놓아야 해. 기모진과의 결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만의 애틋한 감정이었던 거 같아.” 경연은 소만리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당신이 나와 상의하고 싶은 게...” “앞으로 그 사람에게 어떤 형벌이 내려질지 알 수도 없고, 만약 그가 정말 죽는다면 형 집행 전날만큼은 그가 고통스럽지 않길 바랄 뿐이야.” 경연은 이제야 소만리의 뜻을 알아들었다. “기모진에게 해독제를 주라는 말이야?” “그래. 판결이 어떻게 되든 해독제를 줬으면 좋겠어.” 소만리는 몸을 돌렸고 촉촉이 젖은 그녀의 가을빛 눈동자는 마치 엄청난 마력을 가진 듯 경연을 멍하게 만들었다. “내가 해독제를 얻으려고 당신에게 애걸복걸하며 만났다는 것을 알고는 그 사람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차라리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죽을지언정 해독제 맞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 심지어 남은 해독제 세 개도 모두 버렸지.”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남자로서 강한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받아들이든 말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독제를 주고 싶어.” 소만리의 말을 들은 경연은 침묵에 빠졌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가 금고로 가서 소만리 앞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해독제를 꺼내 소만리에게 건넸다. “가져가.” 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연을 바라보았다. “정말 나한테 주는 거야?” “당신이 그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주는 일이니 나도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경연은 다정하게 소만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소만리는 천천히 손을 들어 해독제를 받았다. “고마워.” 소만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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