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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장

경연의 길고 가는 손가락이 선을 휙 그어 전화를 받자마자 저 너머에서 저돌적인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연, 나 좀 만나.” “지금?” 경연이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그래. 지금. 좀 만나야겠어.” 소만리의 말투는 매우 침착했다. 경연은 궁금해졌다. “당신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아니야. 내가 그쪽으로 갈게.” 경연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재미있어하며 다른 뜻을 품고 말했다. “그럼 우리 신혼집으로 와. 기다릴게.” 그들의 신혼집? 소만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에 그를 향한 혐오감과 거북스러움이 끓어올랐지만 오늘 밤 그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전화를 끊은 경연은 통화기록 속 소만리의 이름을 바라보며 그녀가 지금 보자고 하는 의미가 뭘까 추측했다. 소만리가 기모진 때문에 살인범을 도운 혐의를 받고 경찰의 추적 대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연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소만리가 그를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십여 분 후 경연은 공항에서 자신의 신혼집으로 도착했다. 거실에는 그와 소만리의 웨딩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가 웨딩 사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경연이 뒤를 돌아보고 소만리를 본 순간 그의 갈색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들어찼다. 소만리는 갈아입을 옷도 없었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는지 낮에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당신 이런 섹시한 옷차림 정말 매력적인데.” 경연의 칭찬은 나름 진심이었다. 확실히 경연은 소만리에 대해 호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소만리는 그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경연, 난 내 남편을 구하러 왔을 뿐이야.” “응?” 경연은 웃으며 눈썹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이런 한밤중에 날 찾아온 거야?” “그래.” 소만리는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남사택은 기모진의 몸속 독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해독제를 반드시 가지고 있을 거야. 그걸 갖고 싶어.” 경연이 소만리에게 다가가자 훤칠한 몸집이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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