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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장

경연은 기모진이 떠나기 전 부탁했던 것을 떠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소만리,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 줄게요.” 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경연의 말을 듣고 모든 감정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소만리는 기 씨 집으로 돌아왔다. 위청재는 소만리가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반갑게 맞았다. “소만리, 강연이 그 여자 잡혔어!” “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였어. 어찌나 수단이 악랄한지!” “흥, 정말로 사악하기가 말도 못 하겠어. 저 여자는 벌을 받아도 싸!” 위청재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소만리는 아까 본 영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모진이 직접 강연에게 수갑을 채우고 그 순간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여자가 무너져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소만리는 자신이 통쾌한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서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늦여름 초가을 새벽, 소만리는 꽃을 사서 혼자 부모님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며 사화정과 모현을 그리워했다. 세 번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에야 그녀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아빠 엄마를 죽인 진짜 범인이 잡혔어요. 아마 곧 사형 집행 받을 거예요.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가을바람이 그녀의 눈시울에 이슬을 적셔놓은 듯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엄마 아빠, 기모진 용서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의 울분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그녀는 말도 못 할 죄책감을 느꼈다. 부모님이 용서를 하든 하지 않든 그녀 마음속에 아픈 상처 덩어리는 치유될 수 없었다. 소만리는 혼자 묘지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그녀의 부탁에도, 질문에도,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떠나기 전 소만리는 사화정과 모현의 무덤 밑에 조그맣게 새로 만든 무덤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무덤의 묘비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그 위에는 생년월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고 이름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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