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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장

사실 이 익숙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기모진은 이미 누가 오는지를 알고 있었다. 뒤돌아보는 순간 그는 역시 소만리가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혈육과 이 생명과도 같은 여자와 함께 살아가길 정말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두 아이 앞에 가서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귀엽고 하얀 두 아이를 어루만졌다. “기란군, 동생 데리고 먼저 들어가 있어. 엄마가 조금 있다가 케이크 만들어 줄게.” 기란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을 들어 기여온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을 잡았다. 돌아서기 전에 기모진을 흘깃 다시 보았다. 두 아이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소만리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 “당신 어쩌자고 여온이 보러 왔어?” 소만리는 냉정하고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비꼬았다. “당신 봤지? 여온이 말 못 하는 거. 당신 여자친구가 한 짓 마음에 들어?” 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스쳐가더니 손에 든 작은 공을 문간 계단에 살짝 내려놓았다. 내려놓고 그는 냉담하게 돌아서서 걸어갔다. 소만리는 계단 쪽으로 다가가 공을 집어 기모진의 등 뒤로 내리쳤다. 작은 고무공의 무게는 매우 가벼웠지만 기모진의 등에 천근만근 납덩이처럼 무겁게 부딪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만리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지금 여기 다른 사람은 없어. 기모진 당신 말할 수 있지? 도대체 왜 강연이 곁에 있는 거야?” 소만리의 말투는 공격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웠다. “난 당신이 이렇게 잔인하다고 믿지 않아.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냉혈하게 대할 순 없어. 당신이 이렇게 무정하게 굴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구.” 소만리는 그의 앞으로 다가와 남자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모진, 대답해. 혹시 말 못 할 고충이 있다면 눈을 깜빡여 봐. 그럼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 이 말이 떨어진 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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