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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장

소만리는 곧장 기모진을 향해 걸어갔고 그녀의 눈동자엔 그를 제외한 다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를 볼 수 있어서 그의 마음은 반가웠다. 그러나 기모진의 눈앞에 다가서자마자 소만리는 손을 들어 그의 옆얼굴에 뺨을 세차게 날렸다. 기모진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갸웃거리며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모두가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서 한동안 입을 다문 채 회의실 전체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육경은 이 광경을 보고 몇 초 동안 그대로 얼어붙었다가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도 따라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소만리와 기모진 두 사람만 남았다. 기모진은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맞은 뺨을 어루만지다가 일어나 싸늘한 얼굴에 가시 돋친 눈빛을 뿜어내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 다시는 날 보고 싶지 않다고 당신이 말했잖아. 왜 날 찾아온 거야? 날 그렇게 못 잊어서 또 보고 싶었던 거야? 응?” 소만리는 잘생긴 얼굴에 걸맞지 않는 경박한 웃음을 짓고 있는 기모진을 보고 또 한 번 실망하며 말했다. “여온이가 벙어리가 되어서 좋아?” 여온이가 벙어리가 되었다고. 이 말이 기모진의 귀에 들리는 순간 그의 머릿속을 완전히 차지하며 계속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소만리가 농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그와 이런 농담을 할 수 있겠는가. “기모진, 당신이 날 괴롭히고 해치는 건 다 좋아. 그런데 왜 당신은 여온이한테까지 손을 뻗는 거야? 그 애가 당신 앞에 넘어져서 아빠가 안아주고 위로해 주기를 바랬을 때 당신은 뭘 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 차가운 눈으로 내버려 둔 거야?” 소만리가 울분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기모진 도대체 무슨 일이 당신을 이렇게 냉혈한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말해 봐!” 소만리는 무너질 듯한 감정을 억누르며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기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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