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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장

소만리가 마침 방문 앞에 이르렀을 때 방안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채 방금 검은 그림자가 눈앞을 스쳐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소만리는 민첩하게 반응하여 즉시 불을 켰지만 불 켜진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웨딩 앨범 한 권이 펼쳐진 채 침대 위에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소만리가 다가가자 콧김에 희미하게 시원한 쿨 민트 향이 났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웨딩 앨범 속 웨딩 사진에서 풋풋하게 웃고 있는 자신과 싸늘한 눈빛을 한 남자를 보며 소만리는 앨범을 살짝 집어 들고 있는 힘껏 반쪽을 찢어버렸다. 베란다 커튼 뒤에 서 있던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고 마치 심장이 날카로운 칼로 두 쪽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상자를 살며시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소만리를 지켜보았다. 그녀가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본 후에야 기모진은 방으로 돌아왔다. 찢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웨딩 사진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남겨놓은 상자를 들고 안에 있던 두 개의 결혼반지와 일곱 빛깔 조가비와 책갈피를 보고 순식간에 얼음조각처럼 얼어붙었다. 그러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은 오히려 그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고 있었다. “소만리, 당신 꼭 행복해야 해.” 그는 버려진 한 쌍의 결혼반지를 움켜쥐고 온몸이 무너진 채로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들의 일곱 빛깔 조가비와 책갈피는 이제 그들의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 소만리, 이젠 안녕. 모진 오빠는 처음에 영원히 너와 함께 하고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결국 지키지 못했어. 소만리, 너의 다음 생은 모진 오빠가 꼭 약속 지킬게. 다음 생에도 만나는 걸로 예약한 거야. ... 소만리는 경연과 결혼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결혼식은 조촐히 치르기로 했지만 경연은 소만리가 웨딩드레스를 입기를 원했다. 소만리는 오늘 웨딩숍에서 웨딩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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