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장
소만리는 예선의 말을 조금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바로 이어서 인터넷에 폭로된 소식을 접했다.
기모진이 단발머리 여자와 한밤중에 호텔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아침에서야 헤어졌다고 했다.
소만리는 한 달 넘게 기모진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근황을 이런 상황으로 알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소만리는 단발머리 여자가 강연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소만리는 눈앞이 한순간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고 한참 후에야 전화기 너머에서 예선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소만리, 기모진이 미쳤어? 그 사람 왜 강연하고 같이 있어?”
예선은 소만리를 대신해 분개하고 있었다. 소만리는 핸드폰을 움켜쥐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 뒤 말했다.
“예선아, 난 그 사람이랑 이미 이혼 수속 마쳤어. 그 사람이 어떤 여자랑 함께 할지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모진, 왜? 정말 당신 미친 거야?
그녀는 오전 내내 정신이 멍한 채로 보냈다. 경연이 그녀를 데리러 와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소만리는 어렴풋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또 그 식당이었다. 소만리의 시선은 의식적으로 예전에 기모진이 앉았던 창가 자리로 향했다.
지금은 어떤 여자가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소만리는 몸을 옆으로 돌려 앉으려다 실수로 뒤에서 걸어오는 남자와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얼른 사과했는데 이 순간 마음에 강렬하게 스치는 향기가 났다.
그녀는 확신에 차서 눈을 치켜떴다. 그녀의 눈동자에 남자의 당당한 얼굴이 비쳤다.
모진?
소만리의 마음속에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모진은 곧 소만리를 부축한 팔을 놓아주며 가볍게 눈을 마주쳤다.
“소만리 씨, 괜찮아요?”
소만리 씨.
이 얼마나 낯익으면서도 서먹서먹한 호칭인가.
소만리는 냉담하게 그의 팔에서 나왔지만 기모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기모진도 별말 없이 경연을 향해 빙긋이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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