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이런 일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있어서 이미 익숙했다. 언제부턴가 어색해져 버려서 문제지만.
거리가 가까워져서야 그의 몸에서 옅은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술 냄새! 또 술에 취한 거야!
"심개는 유학 갔는데, 이번에는 또 누구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니… 알려줘…누구야?"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의혹감이 가득 차있었다.
온연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심개가 선물을 줬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해외로 쫓겨난 그가 더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몰라요…"
"모른다고? 모르는데 그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거야? 연아…또 말을 안 듣네.." 그녀의 허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그의 손에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갔다.
언제 터질지 예측이 안 갈 정도로 온연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저 진짜 몰라요…"
그런 그녀에게 목정침은 더 이상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냄새를 맡고 있었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알지?"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네 알아요. 다시는…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움직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런 행동은 분명 연인끼리나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그녀를 그렇게나 증오하는 그가 왜…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를 밀쳐 낼 용기가 없는 그녀는 그저 가만히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목정침이 여기서 뭔가 더 할 거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그가 그녀를 툭 밀어냈다.
온연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목정침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목정침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선물상자를 그녀에게 전해줄 뿐이었다. "버려." 그의 말투가 차가웠다.
그의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직접 버리라는 뜻인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목정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담긴 불쾌함이 흘러 넘칠 것만 같았다.
온연은 주저 없이 그에게서 선물을 받아들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목정침의 입가에 스친 웃음을 본 그 순간 그녀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목정침 덕분에 온연은 다음날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어젯밤 다른 일이 더 발생하지 않아 다행일 뿐이었다.
임집사가 문 앞에서 온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가씨,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자전거는 …도련님께서 처리하셨습니다."
그에 대해서 온연은 더 이상 뭐라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 정도 탔으면 버릴 때가 되긴 했지.
차가 학교 근처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집사를 불러 세웠다. "임집사님, 여기까지만 데려다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걸어서 갈게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수업 끝나시면 연락 주시고요. 제가 데리러 올게요." 임집사는 차를 근처에 멈춰 세웠다.
"그럼 학교 마치고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학교 앞까지 오지는 마시고요." 그녀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목정침과 자신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얼굴만 창피하게 만들 뿐이니까.
교문 앞으로 걸어가니 늘 그렇듯 진몽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
"늦잠 잤어." 온연이 대답했다.
진몽요는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팔짱을 끼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네가 늦잠 자는 바람에 나도 지각할 뻔했잖아."
뭐라 대답하려던 온연의 말이 배에서 느껴지는 급작스러운 통증에 끊겨버렸다.
그녀의 어두운 낯빛을 본 진몽요가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너 왜 그래?"
"괜찮아." 온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확실해? 보건실이라도 가보는 게 어때?"
"됐어, 이미 지각인데, 빨리 가자." 온연이 손을 내저으며 진몽요를 끌고 화실로 급히 걸어갔다.
화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몸은 이미 땀 범벅이 되어있었다. "수업 있는 거 알면서도 늦은 거니? 저기 서있어." 교수님이 그녀를 흘겨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