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3장
비바람이 몰아친 뒤, 국청곡은 예군작에게 기대어 말했다. “아택한테 며칠 휴가 주는 거 어때요? 가정도 있고 아내가 임신 중인데 같이 있어줘야죠. 내가 당신 옆에서 같이 있으면서 좀 더 알아가고 싶어요. 정말 이상해요. 결혼식 하기 며칠전에 만났는데 당신을 사랑하게 됐다니, 이게 바로 첫 눈에 반한 건가 봐요. 근데 아직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알아가면서 더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군작의 표정은 태연했다. “한 눈에 반할 때는 보통 얼굴을 보거나, 그걸…”
그가 음흉한 말을 할수록 국청곡은 마음이 더 설렜다. “짓궂어요~ 얼굴만 봤더라도 난 당신을 사랑했을 거예요. 이제 당신은 평생 내 손에서 못 벗어나요. 죽어도 당신이랑 같이 죽을 거예요!”
예군작은 쓰레기통 구석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져 잠옷을 입었다. “아택한테 휴가 줄게요. 내 옆에서 보살피는 건 좋지만 내가 장애가 있다는 건 잊지 말아요.”
국청곡은 기뻐했다. “주의할게요. 나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맞다, 할아버님이 며칠후에 저희 보러 오신다는데, 저희가 이렇게 사랑하는 걸 보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노인네가 온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예군작은 담배를 피며 창밖의 어둠을 보며 아무 말도 없었다. 예가네 생활은 이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르신이 숨이 붙어 있는 그 순간까지 그에겐 자유도 없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채 이렇게 구속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예군작의 신분이 그에게 방패가 될 때도 있었다. 그는 지금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
결혼식 이틀 전. 진몽요는 예의상 잠시 친정에 머물렀다.
이전에는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는데 하루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전에 아무리 많은 약속과 맹세를 했어도, 결혼식과 혼인신고서 만큼 확실한 건 없었다.
옷장에 걸려 있는 하얀 드레스를 보며 그녀는 약혼식 때처럼 너무 떨려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결혼식만 끝나면 경소경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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