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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화

“누가 당신 자기야?” 여름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최하준, 일 안 해요?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대낮에 나랑 게임이나 하게?” “돈은 이제 실컷 벌어 놨고, 지금은 여자 친구랑 노는 게 제일 중요하지.” 하준이 아주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여자 친구랑 게임 하는 게 이제 내 역할이야.” 여름은 마른 세수를 했다. “내 게임명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여름의 게임명은 톡 아이디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그날 영화관에서 게임 할 때 봐놨지.” 하준이 말을 이었다. “게임 처음 해봤어. 예전에는 게임은 인생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좋아하는 사람이랑 게임 하는 것도 꽤 로맨틱하네.” 전화기를 통해서 목소리만 듣는데도 여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체 뭐라고 말을 받아야 좋을 지모 알 수 없었다. “자기 몇 시에 퇴근할 거야? 데리러 갈게.” 하준이 계속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운전할 줄 알아.” “알았어. 그러면 김 실장한테 태워달라고 해야겠다. 자기 차에서 기다릴게. 여름은 결국 퇴근 시간을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 오후. 여름은 핸드백을 들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가 25층에 멈추더니 서유인이 의기양양한 눈빛을 하고 발을 들여놓았다. 여름은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서유인이 가운데 끼었다. “뭐야? 사람 죽일 셈이야?” 서유인이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뭐래?” 여름은 다시 열림 버튼을 누르더니 서유인을 밀쳤다.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안 보여?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타는 거야?” 서유인이 냉소를 지었다. “넌 회장님이 준 후계자라는 허울뿐이지만 난 벨레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잘 모르나 본데, 할아버지가 이미 재무팀에 내가 추신이랑 합자 회사 세우는데 어마어마한 자금을 지원해 주라고 하셨거든. 생각도 못 했지? 그렇게 나랑 우리 아빠를 쫓아내지 못해 안 달이었는데 우리가 이러게 빨리 복귀할지는 몰랐을 거다.” “요즘 아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어지간히 알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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