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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드디어 해방이다. 40분 뒤, 여름은 윤서네 집에 나타났다. 윤서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하품을 하면서 여름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또 싸웠어? 이번에는 며칠 있다가 갈래?” “안 싸웠어. 이제 진짜로 안 돌아갈 거야.” 여름이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갔다. “장난치지 말고, 결혼까지 했는데 이러고 그만둔다고?” 여름이 파리한 입술을 깨물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사할 때마다 벌 수 있나. 밑질 때도 있는 거지.” 윤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진심이야?” 소파에 앉는 여름은 병색이 완연했다. “어, 피곤해. 이제 진짜 너무 지쳤어.” 윤서가 이마를 찡그렸다. “감기 걸렸니?” 여름은 거의 울 뻔했다. “어, 남들은 다 알아보는데 그 남자만 모르더라. 나도 따스하게 배려받고 싶다고. 아무리 한선우의 외숙모라고 해도 사랑도 못 받는 허울뿐인 외숙모라면, 강여경한테도 조롱이나 받을걸.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윤서가 잠시 여름을 살폈다. 오랜 친구의 감으로 이번에는 여름이 정말로 포기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어. 잘했다. 이제 여기서 살아. 어쨌든 나도 이제 혼자니까.” “그럼 쓰나. 너희 오빠는 어쩌고?” 윤서가 얼굴을 붉히며 여름을 한 번 째려봤다. “안 한다니까. 사귀면 꼭 그런 거 하는 줄 아니?” “그렇지만 사귄 지 1년은 됐잖아?” 여름이 눈을 깜빡였다. “네가 그렇게 유교 걸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너희 오빠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웬일이래?” “그런 거 아니야.” 윤서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 “난 잘 지내고 있다고!” 여름이 ‘아이고~’ 소리를 냈다. “그냥 회사 물려받은 지가 얼마 안 돼서 할 일이 많아서 그래.” 윤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만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전에 따로 집 구하라고 했던 건 선우 오빠가 자꾸 찾아오니까 그런 거고. 이젠 오지도 않더라.” 한선우 이름이 나오자 웃고 있던 여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주 강여경한테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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